자유 2024. 1. 14. 11:07

 

요즘 정말로 자유로운 기분이다.

처음으로 자연 로프 클라이밍과 캠핑을 하며 친구들과 맞은 차가운 겨울바람도 자유, CES2024에 참여하며 홀로 보낸 라스베가스에서의 고생스런 하루도 자유. 이런 기분을 느끼다보면 난 결국에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리란 근본없는 생각이 들게 된다. 자존감이 충만하게 차오른다. 아직 구직 중이지만 시간을 버리고 있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대신 매일이 행복하고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난 이 애매한 기간을 꽤 잘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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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2023. 12. 24. 10:32

 

크리스마스를 맞아 다같이 멕시코로 여행을 다녀왔다. 많은걸 했지만 역시 다같이 먹은 마지막 날의 마지막 식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블랙 조크를 시시덕거리며 서로를 까고 뒤끝을 풀어댔다. 그러면서도 허심탄회하게 진심을 나누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표현했다.

우리 가족이 성숙해가고 있구나, 하고 느꼈다. 나도 동생도 부모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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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아간다는 것 2023. 10. 14. 13:43

 

한국에서의 꿈만 같았던 7주가 지났다. 마지막 2주 정도 나의 기분은 꽤나 롤러코스터 같았다. 낮에는 누구보다도 행복했고, 밤에는 잠을 설치며 울었다. 올해만 세번째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별을 하게 될 것이고, 곧 가족 말고는 아무도, 아무것도 없는 새 지역에서 또다시 새출발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분명히 외롭고 우울해질 것이라며 두려워 땅을 팠다. 이렇게 삶을 리셋해본게 한두번도 아닌데도, 그냥 이번에는 더욱 무서웠다. 너무 오랜만의 고향이었어서 그랬던게 아닐까. 그러고 열흘쯤 전 나는 돌아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다. 절대로 놓고 싶지 않던 시간들이 벌써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다. 소설에서 읽은 장면처럼 지난 날들의 추억이 남았다. 나는 이곳에서 전보다도 일정을 꽉꽉 채워버려서 바쁘게 지내고 있으며 벌써 친구들도 몇 사귀었다. 다음주 월요일에는 홈암장 첫 소셜도 참석할 예정이다.

 

항상 그랬지만 나는 정말 현재만을 살아가나보다. 과거도 이젠 멀고, 미래도 아직 멀다.

참 편리한 삶을 산다. 씁쓸해라. 과거가 전부 떠나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인턴 하고 한국을 여행한 지난 다섯 달동안 나는 정말로 행복했어. 함께해준 모든 사람들이 끔찍하게 소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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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요즘 2023. 2. 24. 05:14

 

요즘 나는 불같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과연 얼마나 갈까 싶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벌써 한달이 넘었다.

 

여러가지 새해 목표들을 세웠었지만, 그중 중요도 1순위를 매겼던 것은 단연코 건강이었다. 잘 자고, 잘 먹고, 운동하기! 적기에는 간단하지만 결코 쉬운 목표들이 아니다. 그걸 위해 일단 하루 7시간 이상 수면 + 1단계 식단조절로서 당을 줄이자는 포부를 잡았었다. 운동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그냥 매일 아침 유산소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이번 학기가 시작되었었다.

 

고작 4주 정도가 지났다. 그 사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운동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일주일 5~6회 홀로 유산소였던 것에 일주일 3회 근력운동도 추가되었고 슬금슬금 루틴 비스무리한 것도 생기기 시작했다. 헬스장에서 3년을 알바하면서도 단 한번도 이곳은 나의 공간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새 그 안에서 즐겁게 이런 저런 기계들을 도전해보고 나에게 맞는 중량을 찾아가자니 기분이 참 요상하다. 매 순간이 신기하고 뿌듯해서인지 반감이 거의 없다. 오히려 더 운동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할 정도. 아프지만 힘들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재밌는 것 하면서 노는 기분이다.

 

그렇게 된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변화는 바로 클라이밍이었을 것이다. 1월 27일날 근처 클라이밍장으로 첫 원정을 떠났다. 지난 학기 내내 같이 클라이밍 하자고 몇번이나 말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매번 거절했던 이유가 도대체 뭐였을까... 이렇게 즐거운데... ...

첫날부터 그곳에서의 시간을 굉장히 즐겼다. 친구들과 함께 이 문제 저 문제 도전해보면서 돌아다니는 즐거움도 있었고, 손과 팔이 벌벌 떨리는 와중에도 완등을 해내면 솟아오르는 뿌듯함이 지금껏 운동중 느껴왔던 그 어느 쾌감과도 달랐다. 무엇보다 클라이밍장의 분위기가 좋았다. 모두가 서로를 지켜보며 응원해주고 이리저리 도움을 주는 공동체의 분위기에 한 눈에 반해버렸던 것 같다.

 

설렘이 온 몸을 지배한다. 흥도 차오른다. 클라이밍을 하며 사귄 친구 수가 지금껏 대학 다니며 친해진 친구 수보다 많은 것 같다. 더군다나 운동이라는 세계가 내게 열리고 나니 이 친구들과 할 대화의 주제도 더욱 많아지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 생활패턴을 맞춰가며 바깥 활동을 하게 되니 사회적으로도 건강해진다.

이래서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구나 싶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불탔으면 좋겠다. 발전을 향한 갈증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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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wshank redemption 2023. 2. 10. 13:58
Shawshank redemption

 

동반되는 두려움이 있기에 더욱 아름다울 수 있는게 자유다

 

여러가지 메세지가 있는 영화지만 나는 브룩스의 이야기가 가장 와닿았다...

자유란 원래가 쉽지 않다. 세상에 완전한 자유라는게 존재할 리가 없으니까.

그래도 이 영화는 그걸 위해서 계속해서 땅굴을 파다 보면 언젠가는 희망이 빛을 발하는 일이 온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레드의 삶이 앤디와의 우정으로 인해 희망을 찾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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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atar: The Way of Water 2022. 12. 26. 14:27
Avatar: The Way of Water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이 많던 아바타 2편! 크리스마스 당일날 가족들과 함께 스크린 X로 시청했다. 아이맥스나 3D/4D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커다란 센터에 양쪽까지 뻗는 화면으로 보니까 영상미가 남다르더라. 이 영화는 확실히 집안 TV로 보기에는 아까울 것 같다... 세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몰입해 볼 수 있었다. 내용은 생각해보자면 정말 별게 없었는데, 그게 전혀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모든 연출이 (CG가) 아름다웠다. 나도 함께 날고, 수영하고, 싸우고 울고 웃고... ..........ㅠㅠ 영화는 참 좋은 것이다...

 

나비족이 참 좋다. 아바타 1편을 봤던게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나는게 한개도 없었는데,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순식간에 그들의 생활과 정서에 감화되어버렸다. 작중 인간들은 그들을 계속해서 야만적이라고 평가하지만 (야만=문명의 수준이 낮고 미개한 것) 나비족의 눈에는 인간들이 야만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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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Angeles Times 1 <

시청 끝나고 찾아본 글이다. 아바타를 보고 있으면 미국의 식민지 시대가 자연히 떠오른다. 감독 자신도 그 연결점을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 목표였다고 한다. 하지만 되려 원주민들이 '더 강하게 싸웠어야 했었다'는 메세지를 시사한다는 점, 감독도, 많은 수의 나비족 배우들도 백인이라는 점이 지적된다.

 

Lost Angeles Times 2 <

이건 제작 과정에 대해... 놀라운게 많다. 이렇게 보면 참 세상에는 돈이 많다(...)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들은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신기하다. 감독으로서 머릿속으로 그린 그림이 완벽하게 재현되는 과정이 얼마나 즐거울까?  근데 더 찾아보기에는 기력이 없어...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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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enu 2022. 11. 27. 05:56
The Menu

나름 흥미로웠던 작품... 미드소마 제질이었지만 미드소마만큼 영상미가 강렬하지도, 어딘가 펑펑 터지는 충격이 있지도 않았다. 다만 처음부터 은은하게 불편하고 은은하게 그로테스크하고 은은하게 웃긴게... 음 나쁘지 않았던것 같다. 그냥 영화 자체가 좀 웃기다. 아주 팬시한 레스토랑 하나를 잔뜩 우습게 만들고 나온 기분...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 같은 작품을 너무 좋아하는 나로선 이런 블랙코미디가 어쩔 수 없이 좋은 것 같다. 특히 주인공의 마지막 행동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영화를 보기로 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안야 테일러 조이가 나오는 작품은 일단 감상하고 보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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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berpunk - Edgerunners 2022. 11. 10. 06:36
Cyberpunk - Edgerunners

아끼고 아껴 조금씩 보던 엣지러너 드디어 다 봤다!!

 

내용, 전개, 특정 씬들이나 대사들이 클리셰 그 자체라 진부한 감이 없잖아 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즈의 어느 부분도 지루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애니의 다른 모든 요소들이 좋았다. 색감이나 그래픽, 애니메이팅 등이 새련된 것은 당연하고... 그걸로 뽐내는 장르 특유의 짙은 디스토피아적 사펑 분위기가 다른 그 어느 사펑 장르 작품들보다도 적절하게 표현된 것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사회적 구조나 인물들의 감정선 등이 아무런 위화감도 없이 이해되었으니까... 브금 선택도 탁월해서 매씬 놀라면서 빨려들어가듯 감상한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캐디가 하나하나 좋았다... ... 하지만 역시 나는 초반의 데이비드와 루시의 관계성이 더 좋았다. 약하고 도움이 필요하며 이리저리 휘둘리는 역할은 역시 여캐보단 남캐여야 한다

 

엔딩이 급작스럽긴 했지만 세계관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렇게 급작스러웠기 때문에 더욱 엣지러너다웠달까... (... ...) 사실 얼마전에 작업하면서 틀어둘게 필요해서 나루토를 조금 봤었는데, 5~10분 작업에 집중하다가 고개를 돌려도 진행된게 거의 없어서 따라가는데 문제가 없었을 정도로 모든 전개가 느렸던걸 생각해보면 확실히 애니도 세대 따라서 전체적인 스피드가 많이 빨라진게 실감난다. 고작 10편짜리 애니였던 것도 있겠지만...

 

영원히 후속작 안나왔으면 좋겠을 정도로 깔끔하고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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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 (2015) 2022. 10. 26. 14:45
Circle (2015)

음... 끄고싶은걸 참아가면서 시청했다. 뭔가 상을 많이 탔다고는 하는데...

사회 풍자적인 영화를 만들고는 싶었던것 같은데 그걸 너무... 못한? 듯? 걍 너무 대놓고 혐오를 드러내는 비호감인 캐릭터들이 많았어서 그런가... 비호감일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인가... ... ... 아니다 그냥 스크립트가 전체적으로 개 구렸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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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2022. 10. 21. 11:49

 

나는 마음이 좁은 사람이다. 착하다는 소리는 자주 듣지만 착할 수 있는것도 마음이 아주아주 좁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가끔씩 남들이 별것 아닌 이유로 미울때면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되고 남들과 나를 비교하게 될 때면 쪽팔린다. 특히 후자는 극복하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열등감은 다르게 생각해서 나의 원동력으로 만들 수도 있고, 생각을 그만두어 회피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사라지지 않는다. 갑갑해서 심장이 막 뛴다.

호구라고 불려도 상관 없으니 그냥 한없이 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모두의 성공을 부러워하기보다 함께 기뻐해줄 수 있었으면. 모두의 결점을 거슬려하기보다 사랑해줄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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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요새 공부할때고 걸을때고 그림그릴때고 하루종일 이 영상을 틀어둔다. 재즈가 특별히 엄청나게 좋았던 적은 없는데 이 영상은 어째선지 너무너무 좋다. 솔로 연주자들의 기교가 너무 취향인 것 같다... 특히 Leo P 섹소폰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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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atform 2022. 10. 19. 15:42
The Platform

사회를 표현하려는 작품들은 언제나 흥미롭다. 감상하고 나면 엄청나게 불편하고 찝찝해진다. 기생충이나 이 영화처럼.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외치는 것 같다, 우리는 수많은 부조리나 고통을 이면에 품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그럼에도 누구도 이 결함있는 세상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영화들도 해피 엔딩같은건 주지 않는다. 다만 아주 티끌같은 희망의 조각을 열린 결말 속에 툭 던져둘 뿐이다. 더 나아지는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분명히 있을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이런 문제들을 이해하고 통감하는걸로 충분해, 하는 것처럼.

그래서일지 감상 후에는 불쾌함 속에 또 티끌같은 위안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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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정말로 오묘하고 신기한 영화였다. 난해한 영화라고 부르는 후기들이 많아서 이해하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내용의 이해는 간단했으나 내 감정의 동조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렇게 허무맹랑하고 어이없는 이야기를 보면서 왜 눈물이 나는거지?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거지? 영화를 보는 중에는 그 의문에 답할 새도 없이 그냥 몰아치는 개그와 액션에 휩쓸려가게 되었던것 같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영화는 엔딩이 나 있고, 내 양 볼은 눈물을 하도 먹어 따끔거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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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all Grass 2022. 9. 15. 03:41
In Tall Grass

호러물은 무섭지만 스릴러물은 역시 괜찮은 것 같다. 갑툭튀도 기타 호러요소들도 그닥 무섭지 않았음. 딱히 취향은 아니었다. 그냥 최대한 불쾌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만들었구나 싶은 영화. 미드소마같은 영화들도 같은 느낌이지만, 미드소마는 영상미가 굉장히 멋있었던데에 반해 이번 영화는 연출도, 연기도 어딘지 조금씩 아쉬웠다. 그래도 시간떼우기에는 나쁘지 않았던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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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ist 2022. 7. 18. 14:54
The 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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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어 2022. 7. 14. 03:26

 

요즘 생각이 고민이 너무 많다!

정말 말 그대로 혼돈이다. 내 머릿속이 혼돈이다.

얼른 삶에 익숙해지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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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or Park & Sion 2022. 7. 8. 06:34

진짜너무한 뷰티풀노이즈

노래 더줘

더 더 더 더 더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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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gun: Maverick 2022. 7. 5. 01:33
Topgun: Maverick

영화관에서 나오자마자 끊임없이 '재미있었다!!!'를 연발했다.

진짜... 재밌었다. 오리지날 탑건은 본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이 영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고 그저 트위터의 '진짜 재밌다'는 영업트들과 아빠의 '진짜 재밌다'는 톡만을 가지고 영화관에 들어간게 전부였지만... 충분했다. 그냥... 진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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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에 미친 남자들 (왜 꼭 주변에 하나씩은 있지 않은가) 의 욕망을 조금은 이해할 수가 있겠더라. 이런걸 보고 어떻게 공기를 가르는 속력에 대한 로망을 참을수가 있을까??? 이 영화는 누구나 열광할만한 요소를 빠짐없이 가지고 있다. 잘생긴 (이제 연륜도 쌓인, 그래도 여전히 잘생긴) 주인공, 그 주인공의 간지나는 직업, 무대뽀정신, 그리고 각국의 어리고 창창한 탑 파일럿들을 압도해버리는 실력까지! 거기에 이제 특유의 선글라스와 자켓을 얹으면 그냥 관객은 죽어나갈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래서 탑건이 그렇게 유명했구나.

 

어쩔 수 없이 환상을 심어주는 세상의 작은 부분들이 있다. 예로 정부 소속 기밀 직군들이라던가. 범죄라던가. (범죄미화의 가능성은 언제나 조심또조심)운동선수들의 메이저리그라던가. 아이돌이라던가. 아무튼 몸을 깐지나게 쓰는 직업들, 머리를 깐지나게 쓰는 직업들, 사람들. 그런 것들의 멋을 최대한으로 보여주는 매체들을 접하고 있으면 내가 사는 세상이 정녕 저런 것들도 품고 있는건가 싶어질때가 많다. 그야 나는 방구석에서 타닥거리며 돈을 벌고 타닥거리며 공부하고 타닥거리면서 노는게 전부니까... 아니 이렇게 말하니까 진짜 히키코모리같네

아무튼.. 그러니까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겠지. 내것은 될 수 없는 감정과 경험들을 이렇게 대리로 가져볼 수 있으니까.

 

여담으로 톰크루즈가 올해 60세라고 한다. 창창하신 정도가 아니라 이건 좀 탈인간인듯

똑같이 출연하고 똑같이 나이드신 켈리는 재출연 제의조차 받지 못하셨다는데

세상은 너무 불공평한듯

 

+ 바로 다음날 탑건 1도 봤다! 짙은 옛날 감성 때문에 조금 힘들긴 했지만 역시 대작인 만큼 심심하지는 않더라. 더불어 두 영화들 사이의 연결점들을 찾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크리시가 마하2를 언급했을때 엄청 놀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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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트위터를 하며 가뜩이나 덜 읽던 책을 더 안 읽게 되었건만, 이번에는 트위터 때문에 이렇게 책 하나를 붙들고 며칠만에 완독까지 달렸다. '절대로 스포 없이 읽으세요, 줄거리도 리뷰도 보지 말고 읽으세요' 하는 꼭 티알 시나리오 안내트윗급 자극적인 신비주의 영업멘트에 홀려버리는건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나..

 

그렇게 홀라당 넘어가버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간만의 독서는 정말로 신선했다.

아래는 딱히 스포일러는 아닌 것 같지만 어쨋든 책에 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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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논하는 여러가지 과학적 사실들과 인물들의 이야기, 철학적 고민들 등을 떠나 나는 이 작가의 글 실력이 읽는 내내 너무나도 부러웠다. (정확히는 작가의 글이 한글로 번역된 글을 읽었으니, 작가의 글 실력과 번역가의 어휘에 함께 감탄한 것이겠으나 말이다.) 최근 들어 여러가지를 경험하고 느끼며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생각들과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감정들이 많아졌다. 문제는 이게 통 무슨 생각인지, 무슨 감정인지 이름을 붙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내 자신에게 이 오묘함을 설명하는것조차 어렵다! 삶과 죽음, 외로움, 삶의 목적, 각종 밈들에 자주 등장하는 실존적 의미 따위의 갖은 장황한 개념들에 대해 깊게 고뇌해볼 필요성을 한번도 느끼지 않으며 마음 편히 살다가 갑자기 별의 별 생각들이 물밀듯 쓸려오는 날들을 마주하고 있으니 그런 것이겠지. 그러한 추상적이고 까마득한... '것들' (감정이라고 생각이라고 칭하기에도 애매하다)을 유려하게 표현한, 적어도 표현하려고 애쓴 이 작가의 글은 내게 시원한 감각을 안겨줬다. 문장 하나하나가 주는 쾌감이 있었다. 룰루의 고민과 혼란과 방황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혼돈'이라는 단어의 운용도! 아주 작은 우물 속에서 커왔던 나는 최근 들어 법과 규칙과 과학과 모럴로 질서정연하게 돌아간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이 세상에 대해 낙심하고 놀랄 때가 꽤 자주 있었는데, 그게 이 단어 하나로 설명이 되는 것만 같았다. 세상은 혼돈이다.

 

결국 그 혼돈 속에서 룰루가 찾아낸 빛은 사실 그닥 놀랍지 않았다. 혁신적이지도 않았고, 내게는 꽤나 당연한 개념이었다. 그 지점에서 김 빠지는 아쉬움을 느꼈다는 사람들의 리뷰 글들도 꽤 보였다. 하지만 이 부분이 김 빠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책을 평가절하하기에 내게는 룰루가 그 당연함으로 이르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할 수도 있는 생각을 하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힘겹게 고금분투를 한다. 룰루는 광적으로 과거와 과학의 파편을 쫓으며 자신과 그것들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었다.

이런 과정은 정말 판타지와도 같은 것 같다. 정답도 퇴로도 없는 미로 속에서 온 세상 사람들이 각자 헤매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책이 적힌 방식이다. 과학서적이라 부르기에 이 책은 과학적 발전과 흐름에 지나치게 주관적인 의미부여를 한 감이 있고, 역사서적이라 부르기에는 부족한 정보가 많다. 조던의 전기라고 부르기에는 개인사가 너무 섞여있는 것 같고, 그렇다고 자서전이라 부르기에는 룰루 자신의 이야기도 아주 얕게만 녹여내었다. 그럼에도 그 모든 장르로 이 책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이 책에서 받아들이고 싶은 것은, 이 책이 주는 가르침이나 교훈, 혹은 과학적 지식들보다는 이 작가가 표현하는 생각의 방식인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논픽션 장르의 책에 대한 새로운 매력이 솟아올랐다.

 

비슷한 책이 뭐가 있으려나. 논픽션 책들 중에서도 빨려들어가듯 읽게 된다며 유명한 책 하면 코스모스가 떠오른다. 아직 안 읽어봤으니 그걸 다음 책으로 잡아도 되겠다.

 

이 책을 지금 읽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잡았었다면 작가를 괴짜 취급했을 것 같다. '아니, 왜 이렇게 드라마틱해?' 하고 생각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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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 2022. 6. 20. 12:19
범죄도시2

엄마께서 손석구를 보고싶어하셔서 이 영화를 보게 됐다. 그것도 cgv 극장에서! ㅋㅋ (한국 간줄)

조폭액션 영화들은 더이상 그닥 취향이 아닌 것 같다. 단순한 스토리, 단순한 주인공.. 그냥 마동석의 캐릭터성을 위해서 만들었구나 싶은 영화였달까. (작중 마동석 캐릭터의 이름조차 기억이 안 난다. 그냥... 마동석이었음.) 물론 보고 있으면 재밌긴 하다. 액션이 주는 쾌감과 범죄도시 특유의 개그코드 등 빨려들어가지 않기 어렵다. 그런데 뭔가... 뭔가 마음에 안 들었다. 뭐였을까. 스토리의 깊이나 교훈 등의 부재를 단순 잔인함과 피비린내 나는 자극으로만 꽉꽉 채워놓는 현상이 별로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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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mitation Game 2022. 6. 19. 13:51
The Imitation Game

무심코 켠 넷플릭스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언제나 눈에 밟히던 영화를 틀어보았다. 그리고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이 영화는 세계2차대전의 전쟁영웅이자 천재적인 수학자, 앨런 튜링의 일생과 업적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안 그래도 지난 학기, 컴퓨터의 시초가 되었던 기계의 개발자로서 배웠던 이름이 튜링이었던지라 영화에 대해 조금도 모르는 채 냅다 재생을 눌렀던 입장으로서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그렇게 감상한 튜링의 업적은 내가 수업시간에 배운것 그 이상이었다. 이런 때에는 참 영화라는 매체에게 감사하게 된다.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놀라운 업적들이 대중에게 알려지지 못하고 묻혀버렸을까? 튜링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게 이르고 불명예스런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 이후 뒤늦게나마 업적을 인정받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역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강박증 있는 천재의 역할이 고냥 수트처럼 따악 맞는다. 아 이렇게 적고 있으니 셜록홈즈가 또 보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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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inite Storm 2022. 6. 7. 14:56
Infinite Storm

보는것만으로 기가 아주 쫙쫙 빨렸다. 얼마나 빨렸냐면 보다말고 중간에 목에 담이와서 비명을 내지르기까지..

그렇게 재밌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라는게 참 놀랍다. 세상에는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사실 내 눈에 등산하는 사람들은 전부 광기에 휩싸인 사람들 정도로 보인다. 그래도 팸은 정말로 대단해... ㅠㅠ

그리고 또 인상깊었던 부분은... 연출에 bgm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내내 화이트노이즈같은 설원의 바람소리가 쓍쓍 불어댔는데 그것때문에 배로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

요즘 리뷰가 다 힘이 없다... 왜냐면 영화보고 나면 지쳐버리고 마는 저질체력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하 나는 저럿게 조난당하면 1시간만에 죽어버리고말거야. 나도팸처럼... 강력하고멋찐여자가돼야지... 운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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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

재밌었다!

분명 재밌었는데...

 

마블 영화들은 많이 봐왔지만... 이번만큼 극단적으로 유치함을 느끼며 본 영화는 간만인 것 같다. (ㅋㅋㅋㅋㅋ) 동생과 시청하는 내내 둘다 계속 웃음이 나와서 (아니 헛웃음이라거나.. 어이없어서 웃는 그런건 아닌데 그냥 너무 진지해야 할 순간들에도 오그라드는 유치함에 웃음이 나옴...) 죽는 줄 알았다... 나는 아직도 이 특정 씬들이 의도된 웃음포인트를 노린건지 아닌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게 영화가 안 좋았다는 뜻은 아니다. 뻔하디 뻔한 특정 연출들과 흐름, 대사 등등도 영화를 '안 좋은 영화'로 만들지는 않는다. 내 동생은 마블을 영화계의 소년만화라고 부르던데, 뻔함은 뻔한 이유가 있는 거니까. 마블은 그러한 진부함을 멋지게 연출하는걸 아주 잘 한다.

 

아래는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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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함이라 하면... 예로 아메리카의 능력 운용 방식이라던가 (허공에 펀치하면 별모양 포탈이 나옴) 닥스가 또다른 닥스와 싸울때 음악으로 싸운 것이라던가 (정말 좋은 개념이긴 한데 이걸... 영화로 보니까 너무... 웃기더라...) 닥스가 드림워킹하여 자신의 시체로 들어갔을때 좀비처럼 온 관절을 뽀그닥뽀그닥거린 연출이라거나 (내 동생은 이게 의도된 웃음포인트였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악마들에게 휩싸이는 연출이라거나 (해포 디멘터의 한 10번정도 다운그레이드된 버전처럼 보였다) (악마들은 끼요오옷 하고 비명도 지른다!)

 

뻔한 연출이라 하면... 완다의 지속적인 마녀적 연출이라거나 (빨간 눈으로 갑툭튀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깜짝깜짝 놀랐엇다ㅠ 갑툭튀못보는편) 완다가 순식간에 교화당해버린 너무나 뻔한 방식이었다던가 (마녀가 되어버린 자신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물론 진부함과는 별개로 너무너무 슬퍼서 나도 같이 울었다.) 아메리카가 능력을 각성하게 된 순간의 그... 감동 없는 당연함이라던가.

 

물론 위의 모든 사항들은 마블을 볼 시 당연시해야 할 부분임은 알고 있다. 마블의 영화들 내에서도 자주 블랙코미디적으로 쓰이는 요소들이기도 하고.

 

그저 뭐랄까... 여러가지로 마블식 양산형 영화적 요소들이 눈에 분명하게 띄어 그런 감상이 들었던 영화였다. 그래도 모든걸 떠나서 영화를 즐겼냐 묻는다면 분명 나는 즐겼다! VFX가 오지는건 말할것도 없고 무엇보다 엘리자베스 올슨의 완다 연기가 가장 인상에 남았다. 전의 마블작들을 본지가 꽤 되어 앞뒤 상황이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감상했는데, 그런데도 완다의 뿌리깊은 슬픔과 절망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엇보다 강렬하게 느껴졌으니 이 배우는 얼마나 연기를 잘 하는가... 완다는 제발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완다비전을 봐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그런데 뒤늦게 이런저런 후기들을 찾아보니 영화 자체가 하나의 장대한... 완다캐붕이라는 평이 많다는걸 알게 되었다. 캐붕의흐름또한 너무나당연하게 만들어버리는 당신의 연기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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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Happened to Monday 2022. 5. 29. 17:56
What Happened to Monday

정말 재밌게 감상했다! 옛적에 영화 소개만 보고 재밌는 소재라고 생각했던것이 문득 생각나서 시청해보았는데, 예상과는 많이 다른 전개에 보는 내내 헉.. 헉..! 하고 놀랐던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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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놀랐던건... 일단 제목부터가 월요일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를 묻고 있으니, 내용의 전반적인 흐름은 추리와 진상파악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웬걸, 메인 플롯이 시작되자마자 '우린 다 들통나버린거야!' 하고 공개되고는 쌍둥이들이 막 픽픽 죽어나는 것이다...! (ㅠㅠ) 아주 짧은 사이 일곱 쌍둥이 각각의 캐릭터성들이 너무나 잘 어필되었기 때문인지 하나하나 정이 쌓여버려 아이들이 죽을때마다 유독 마음이 아팠다. 아니 정말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보통 영화들에서 캐릭터들이 이렇게 조연마냥 죽어가는건 아무렇지도 않아야 정상인데... 일곱 쌍둥이는 곧 하나기 때문에, 스크린 타임 얼마 채우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아이들마저도 조연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엔딩에서는 또다른 반전 요소에 놀랐다. 먼데이가 쌍둥이를 배고 있었어. ㅠㅠ 살아남은 아이들이라도 꼬옥 행복해야해 얘들아...

 

또 놀랐던 요소는... 일곱 쌍둥이의 배역을 전부 홀로 소화해낸 배우 누미 라파스의 이야기다. 영화 감상이 끝나자마자 몇가지 인터뷰와 기사들을 읽어보았는데,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나보다. 아침에는 하나의 씬을 찍고, 그 하룻동안 그 씬에 대한 몇 번의 각기 다른 반응 씬을 찍어야 했었다고. 다섯 달동안 일곱 명의 자신에게 붙잡혀 배우 본인의 자아는 사라져버린것만 같았다고 하며, 영화 촬영이 끝나고서는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올때까지 적어도 삼주가 걸렸다고... ㄷㄷ 그럼에도 그런 투혼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누미는 완벽하게 일곱 배역들을 소화해내었다. 일곱 쌍둥이 전부 매력이 터졌고 나는 이 배우의 팬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다 똑같이 생긴 일곱 쌍둥이들인데도 유독 써스데이에게 (처음부터!) 애착이 갔던걸 보면 난 역시 숏컷여성이 좋은 것 같다. 써스데이 평생 행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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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살인 2022. 5. 29. 17:43
공기살인

연기들이 다들 조금씩 어색했다거나, 회사 임원들을 너무 대놓고 악의 조직처럼 연출했다거나, 소소한 영화적 요소들이 걸려 시청 중 비판적인 말들을 하니 옆에서 함께 시청하고 계셨던 엄마께서 그러셨다. 이 영화는 아마 영화로서의 목적보다는 이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역사 속에 묻혀버리지 않도록, 기억해달라는 뜻으로 제작한 영화에 가까울 것이라고. 그렇게 보니 영화가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

비리와 죽음은 정말이지 생각보다 우리의 삶에 가깝다는걸 느꼈다. 우리 가족도 이 영화의 소재로 사용된 살균제를 사용했었다. 나는 어렸을 적 천식을 앓았었고... 조금만 잘못되었으면 우리 가족도 영화에 표현된 가족들과 비슷한 경험을 겪었으리란 사실이 무섭고 또 그걸 버텨낸 타 가족들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아프게 전달되었다. 더불어 화면 너머로 느껴지는 무력함은 아직까지도 느껴진다. 드디어 이겨냈어, 와도 같은 승리의 엔딩과 함께 기업의 사람들은 감옥으로 가게 되었지만, 크레딧이 올라오기 이전, 몇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도 싸우고 있는 피해자들의 모습이 다시금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에서야 비로소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세월호 참사와 비교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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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grity 2022. 4. 29. 08:45

 

오늘 디자인 수업 도중 교수님께서 디자인은 밀어두고 이 단어에 대한 강의를 하셨다. Integrity! 한글로는 어째 제대로 번역할 방도를 찾을수가 없다... 청렴함? 온전함? 완전함? 사실 참 추상적인 단어다.

교수님은 이걸 대충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라 해석하셨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그걸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사회와 문화가 강제하는 바에 수동적으로 몸을 맡기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용기를 가지는 것. 교수님은 약학을 공부하시다가 미술 쪽으로 길을 틀어버린 개인사가 있으셔 더욱 이 단어에 대한 애착을 가지신 듯 보였다. 그걸 들으며 기분이 참 묘해지더라. 분명 일정량의 합의점을 찾아가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정말 하고싶은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판타지같은 말들은 꼭 성공한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기에, 너무 달콤하다... 얼마전 인터뷰했던 종민씨도 이런 길만을 걸어오셨기에 멋져 보였는걸.

 

...그제 나는 첫 인턴십에 합격했다! 그런데 그 후로 마냥 기쁘지만은 못 하고 되려 더욱 심란해지기만 하더라. 나의 지향점과는 거리가 있는 일을 하는 팀이라. 하지만 거절하기에는 어쩌다보니 너무나 큰 기회다, 분명히 과분하다. 주변의 모두가 이건 잡아야 한다고 한다.

배우고싶었던 것들에 드디어 시간을 마구 쏟을 생각이었던 여름이 또다시 어긋나는 일들로 빡빡 채워지게 되었다. 겨우겨우 내가 바라는걸 알게 되었고, 그걸 향해 지금부터 걸어나가리라 다짐하며 기뻐하던게 고작 몇 달 전인데.

뭐랄까... 굴복하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나의 integrity에게 또한번 죄를 짓는 기분. ㅠㅠ

 

슬펐던 것 같다. 이렇게 크나큰 기회에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상태라는게. 초심을 되찾고 싶다. 작고 작은 기회들과 경험들에서도 배울것을 찾고, 행복을 찾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지 않았나. 최근에는 '나의 길'을 조금이나마 찾았다는 생각에 너무나 기뻐하며 동시에 또한번 그 틀에 나를 가둬버린건 아닐까 싶다.

 

삶의 균형을 맞추는게 참 힘든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배워가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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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별희 2022. 4. 2. 01:12
패왕별희

트위터에서 하도 난리길래 봤다.

지무비의 소개만 보고 바로 감상한지라 다들 잔인하다고 할때 처벌적, 폭력적으로 잔인한줄 알고 봤는데... 심적으로 잔인하더라...

마음 아픈 사랑 이야기에 더불어 공산당의 행보를 이런 매체로 현실감 있게 접한건 거의 처음이라 (관련 주제의 픽션 영상물을 보는게 처음인듯?) 여운이 길게 남았다. 더불어 장국영의 작품을 보는것도 처음이었는데, 왜 사람들이 장국영 장국영 하는지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온몸으로 발산하는 매력과 처연함에 정말 순식간에 빨려들어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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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 Side Story (2021) 2022. 3. 17. 02:12
West Side Story (2021)

흥행이 그렇게 좋지 않아 개봉한지 고작 넉 달이 되었는데도 근처의 영화관들에서는 상영이 끝나버린 영화. 그럼에도 한시간을 달려 이걸 상영하는 영화관을 찾아가 작품을 감상했다. 이 영화는 내게 개인적으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시퀀스는 내가 고등학교 시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큰 무대에서 처음으로 연주해보았던 곡이었으며 그때의 기억은 아직까지도 나의 심장을 벅차오르게 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 영화를 보고 연주를 했었어야 했었는데

 

스티븐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61년도 영화의 리메이크다. 1961년도 영화는 그 당시의 뮤지컬을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그 뮤지컬은 온 세상의 대표적인 사랑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내용의 바탕이 역사적으로 두터운 만큼, 영화를 보다 보면 절로 인상이 굳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후반부로 갈 수록 인물들은 평면적이게 느껴지고, 감정선은 격하고, 전개는 막장드라마식으로 극단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구시대적이라 부르기에는 옛 문학의 매력을 듬뿍 담아낸 스토리라인이니 나는 이 영화에 대한 혹평들을 'reminiscence'라는 한 단어로 변호하고 싶은 마음이다. 현대에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무조건적으로 현대적인 재해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래는 접힌글... 딱히 큰 스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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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끝내주게 아름답다. 이래서 내가 뮤지컬 영화를 좋아해, 라고 말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작품성.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모든 등장인물들의 동작 하나 하나가 예술적이고, 견고하게 짜여진 코레오그래피는 감탄스럽다. 스타일링과 색만으로 완벽하게 제트파와 샤크파를 구분짓는 선택은 탁월했다. 레너드 번스타인 작곡, 뉴욕과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음악은 라인업 아깝지 않게 너무 멋져서 가끔씩은 스크린에 나오는 영상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ㅠㅠ흐아앙... ... 물론 이건 과장이다. 스크린에는 계속해서 집중하고 있었다. 연기자들의 춤선도 놓치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나는 유독 중반의 곡 <America>에서 아니타와 여자들, 그리고 베르나르도와 남자들이 주고받는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다. 아니타의 연기자 아리아나 데보스는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던데 정말 그럴만했던 것 같다... 이렇게 임팩트 있게 눈에 들어온 조연은 간만이었다. 또한 그 곡의 주제에 개인적으로 깊이 통감이 되었던 것도 같다. 물론 슬럼가라는 배경과 편견과 차별이 난무하는 굉장히 극단적인 조건들이기 때문에 이 영화의 푸에르토 리코 사람들의 심경은 나의 상황과 분명 깊이가 다르다. 하지만 이 곡에서 남자들이 대변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여자들이 대변한 이곳이 좋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내 안에도 분명 양극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와 닿았다. 정말이지 이민의 어려움은 이야기를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듯 하다. 물론 이 영화가 시사하려 한 메시지는 분명 그 뿐만이 아니나.

 

...

 

더 주절거리고 싶지만 피곤해졌다..

앓이 하나만 보고가주세요

Riff라는 앙큼한 상큼이가 나오는데 영화 후반부 내내 이친구때문에 나혼자서 가슴이찢어졌음... 그렇게...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아니 왜 비중이 크지 않지?? 안톤 이 나븐새기 사랑이중요하다고는하지만... 아.. 아니야... 사랑은중요하지... 하지만여러분 Riff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기억해주세요... 많이 삐뚤어지고 바보같은아이지만... .........소중해요

 

이 영화 배우들 하나같이 팔근육 다리근육들이 오져서 또 눈이 즐거웠다.

 

역시나 최고였던 아메리까도 감상하고 갑시다.

이영상만 보면 당신도이영화보고싶어질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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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e Idiots 2022. 3. 6. 05:52
Three Idiots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발리우드 영화.

본걸 또보고 또보고 또보며 곱씹고 되새김질하는걸 가장 좋아하는 나기에 이 영화를 본 것도 이번이 아마... 음... 열번째가 넘지 않았을까? 하지만 유독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한 요즘 또 이렇게 간만에 보니 감회가 새롭다. 절대로 내 기억력이 나빠서 열번 본 영화의 줄거리도 까먹었기 때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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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자면 어쩔 수 없이 어이가 없다. 시네마토그래피는 촌스럽고 (2009년도 발리우드 영환데 당연하긴 하다), 저 시대 인도 명문대들이 정말로 그랬을지 나로서는 모를 일이지만, 대학교와 교수님의 설정은 극단적이고 주인공들은 제목답게 얼간이들이다. 현실성을 따지면 뒷목을 잡을수밖에 없게 되는 플롯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넘어서 바라보자면 이 영화는 풍자로 똘똘 뭉쳐 있다. 모든 캐릭터들이 현실에 있을법한 진로적 문제를 직면하고 있으며, 악인으로서 등장하는 몇 캐릭터들(바이러스, 차투르)이야말로 더욱더 현실적인 현대 교육시스템의 폐혜를 사상으로서 대변한다. 비현실적이라 보여지는 인물은 단 하나, 모든 등장인물들에게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존경받는 주인공, 란초 (*스포일러*) 뿐. 그러나 알고 있었는가... 그는 현실인물에게서 모티브를 따온 캐릭터이다! 소남 왕축(sonam wangchuk), 인도의 엔지니어이자 교육 개혁가. 인공 빙하(Ice Stupa) 등의 에코프랜들리 엔지니어링으로 유명하고, 라다크 학생 교육 문화 운동 (SECMOL)을 창립하였다. SECMOL 캠펀스는 태양 에너지로 운영되며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나의 체제로서 굳어버린 현실 속에서 그저 비현실적으로만 보이는 캐릭터의 사상을 정말로 세상에 전파하고 있는 사람이라니, 너무나 낭만적이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우스꽝스러운 만큼 마음 아프게 와닿는다.

 

솔직히 와닿는다 하더라도 나에게 당장의 변화는 없다. 나는 여전히 두려움에 떨며 미래를 걱정하고 성공을 걱정한다. 지금 대학에서 배우는 과목들은 내가 배우고파 배우는게 단 한개도 없다! 너무 늦은 전과로 인해 6전공을 해야 하는 바람에 수업 바깥으로 내가 원하는걸 독학할 시간도 겨우 짜내야 있을까 말까한 상태. 나는 지금 멈춰있는걸까? 지금 배우고 있는 것들이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될까?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길로 가는 데에 연료가 되어줄 수 있을까? 내가 하고픈 것은 뭐지? 나는 이 세상에 어떠한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나 있는 것일까? 수많은 생각들로 시끄럽던 어젯밤의 머릿속이 떠오른다. 그에 대한 해답을 명확하게 내리기에는 내게 란초같은 현자가 없고, 라주나 파르한처럼 하고싶은 바가 명확하지도 않다. 인생은 발리우드 영화가 아니다.

 

그러나 언젠가, 내게 분명한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다면 이 영화의 메세지들이 내 선택들에 어느정도의 무게를 싣게 되지 않을까.

"넌 틀린 길을 걷고 있어. 성공은 네가 따라가는게 아니야."

재능과 행복을 쫓으면 성공이 따라온다는 그 말이 진실되기를 나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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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란초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번에 영화 보다가 당황했다..

아니.. 저 현명한 녀석이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데헷스러운 미소를 짓는데 왜이렇게 귀엽지

피아가 키스할래니깐 급하게 헬멧 아래로 탁 내려버리는거 왜이렇게 귀엽냔 말이다

키쪼끄만것도 귀엽고 잠깐!! 그만둬 아저씨모에화하지마...!! 그만둬....!!!!!!

 

뽀뽀받고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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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난 인도 노래들도 정말 좋아한다.

힌디라는 언어 자체의 뭔가... 빨리감기를 디폴트로 걸어둔것같은 억양 발음 등등도 좋아하지만...

 

함께 이 영화의 대표적인 음악을 감상하고 갑시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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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sh Into Pieces - Big Bang 2022. 3. 5. 06:13

사흘째 이 밴드 음악만 미친듯이 돌려듣는 중

듣는것만으로 이렇게 벅차오르고 신나고 행복해지는 음악은 정말 간만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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