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2024. 1. 14. 11:07

 

요즘 정말로 자유로운 기분이다.

처음으로 자연 로프 클라이밍과 캠핑을 하며 친구들과 맞은 차가운 겨울바람도 자유, CES2024에 참여하며 홀로 보낸 라스베가스에서의 고생스런 하루도 자유. 이런 기분을 느끼다보면 난 결국에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리란 근본없는 생각이 들게 된다. 자존감이 충만하게 차오른다. 아직 구직 중이지만 시간을 버리고 있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대신 매일이 행복하고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난 이 애매한 기간을 꽤 잘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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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2023. 12. 24. 10:32

 

크리스마스를 맞아 다같이 멕시코로 여행을 다녀왔다. 많은걸 했지만 역시 다같이 먹은 마지막 날의 마지막 식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블랙 조크를 시시덕거리며 서로를 까고 뒤끝을 풀어댔다. 그러면서도 허심탄회하게 진심을 나누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표현했다.

우리 가족이 성숙해가고 있구나, 하고 느꼈다. 나도 동생도 부모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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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아간다는 것 2023. 10. 14. 13:43

 

한국에서의 꿈만 같았던 7주가 지났다. 마지막 2주 정도 나의 기분은 꽤나 롤러코스터 같았다. 낮에는 누구보다도 행복했고, 밤에는 잠을 설치며 울었다. 올해만 세번째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별을 하게 될 것이고, 곧 가족 말고는 아무도, 아무것도 없는 새 지역에서 또다시 새출발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분명히 외롭고 우울해질 것이라며 두려워 땅을 팠다. 이렇게 삶을 리셋해본게 한두번도 아닌데도, 그냥 이번에는 더욱 무서웠다. 너무 오랜만의 고향이었어서 그랬던게 아닐까. 그러고 열흘쯤 전 나는 돌아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다. 절대로 놓고 싶지 않던 시간들이 벌써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다. 소설에서 읽은 장면처럼 지난 날들의 추억이 남았다. 나는 이곳에서 전보다도 일정을 꽉꽉 채워버려서 바쁘게 지내고 있으며 벌써 친구들도 몇 사귀었다. 다음주 월요일에는 홈암장 첫 소셜도 참석할 예정이다.

 

항상 그랬지만 나는 정말 현재만을 살아가나보다. 과거도 이젠 멀고, 미래도 아직 멀다.

참 편리한 삶을 산다. 씁쓸해라. 과거가 전부 떠나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인턴 하고 한국을 여행한 지난 다섯 달동안 나는 정말로 행복했어. 함께해준 모든 사람들이 끔찍하게 소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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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요즘 2023. 2. 24. 05:14

 

요즘 나는 불같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과연 얼마나 갈까 싶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벌써 한달이 넘었다.

 

여러가지 새해 목표들을 세웠었지만, 그중 중요도 1순위를 매겼던 것은 단연코 건강이었다. 잘 자고, 잘 먹고, 운동하기! 적기에는 간단하지만 결코 쉬운 목표들이 아니다. 그걸 위해 일단 하루 7시간 이상 수면 + 1단계 식단조절로서 당을 줄이자는 포부를 잡았었다. 운동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그냥 매일 아침 유산소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이번 학기가 시작되었었다.

 

고작 4주 정도가 지났다. 그 사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운동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일주일 5~6회 홀로 유산소였던 것에 일주일 3회 근력운동도 추가되었고 슬금슬금 루틴 비스무리한 것도 생기기 시작했다. 헬스장에서 3년을 알바하면서도 단 한번도 이곳은 나의 공간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새 그 안에서 즐겁게 이런 저런 기계들을 도전해보고 나에게 맞는 중량을 찾아가자니 기분이 참 요상하다. 매 순간이 신기하고 뿌듯해서인지 반감이 거의 없다. 오히려 더 운동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할 정도. 아프지만 힘들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재밌는 것 하면서 노는 기분이다.

 

그렇게 된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변화는 바로 클라이밍이었을 것이다. 1월 27일날 근처 클라이밍장으로 첫 원정을 떠났다. 지난 학기 내내 같이 클라이밍 하자고 몇번이나 말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매번 거절했던 이유가 도대체 뭐였을까... 이렇게 즐거운데... ...

첫날부터 그곳에서의 시간을 굉장히 즐겼다. 친구들과 함께 이 문제 저 문제 도전해보면서 돌아다니는 즐거움도 있었고, 손과 팔이 벌벌 떨리는 와중에도 완등을 해내면 솟아오르는 뿌듯함이 지금껏 운동중 느껴왔던 그 어느 쾌감과도 달랐다. 무엇보다 클라이밍장의 분위기가 좋았다. 모두가 서로를 지켜보며 응원해주고 이리저리 도움을 주는 공동체의 분위기에 한 눈에 반해버렸던 것 같다.

 

설렘이 온 몸을 지배한다. 흥도 차오른다. 클라이밍을 하며 사귄 친구 수가 지금껏 대학 다니며 친해진 친구 수보다 많은 것 같다. 더군다나 운동이라는 세계가 내게 열리고 나니 이 친구들과 할 대화의 주제도 더욱 많아지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 생활패턴을 맞춰가며 바깥 활동을 하게 되니 사회적으로도 건강해진다.

이래서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구나 싶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불탔으면 좋겠다. 발전을 향한 갈증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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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2022. 10. 21. 11:49

 

나는 마음이 좁은 사람이다. 착하다는 소리는 자주 듣지만 착할 수 있는것도 마음이 아주아주 좁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가끔씩 남들이 별것 아닌 이유로 미울때면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되고 남들과 나를 비교하게 될 때면 쪽팔린다. 특히 후자는 극복하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열등감은 다르게 생각해서 나의 원동력으로 만들 수도 있고, 생각을 그만두어 회피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사라지지 않는다. 갑갑해서 심장이 막 뛴다.

호구라고 불려도 상관 없으니 그냥 한없이 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모두의 성공을 부러워하기보다 함께 기뻐해줄 수 있었으면. 모두의 결점을 거슬려하기보다 사랑해줄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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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어 2022. 7. 14. 03:26

 

요즘 생각이 고민이 너무 많다!

정말 말 그대로 혼돈이다. 내 머릿속이 혼돈이다.

얼른 삶에 익숙해지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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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grity 2022. 4. 29. 08:45

 

오늘 디자인 수업 도중 교수님께서 디자인은 밀어두고 이 단어에 대한 강의를 하셨다. Integrity! 한글로는 어째 제대로 번역할 방도를 찾을수가 없다... 청렴함? 온전함? 완전함? 사실 참 추상적인 단어다.

교수님은 이걸 대충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라 해석하셨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그걸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사회와 문화가 강제하는 바에 수동적으로 몸을 맡기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용기를 가지는 것. 교수님은 약학을 공부하시다가 미술 쪽으로 길을 틀어버린 개인사가 있으셔 더욱 이 단어에 대한 애착을 가지신 듯 보였다. 그걸 들으며 기분이 참 묘해지더라. 분명 일정량의 합의점을 찾아가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정말 하고싶은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판타지같은 말들은 꼭 성공한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기에, 너무 달콤하다... 얼마전 인터뷰했던 종민씨도 이런 길만을 걸어오셨기에 멋져 보였는걸.

 

...그제 나는 첫 인턴십에 합격했다! 그런데 그 후로 마냥 기쁘지만은 못 하고 되려 더욱 심란해지기만 하더라. 나의 지향점과는 거리가 있는 일을 하는 팀이라. 하지만 거절하기에는 어쩌다보니 너무나 큰 기회다, 분명히 과분하다. 주변의 모두가 이건 잡아야 한다고 한다.

배우고싶었던 것들에 드디어 시간을 마구 쏟을 생각이었던 여름이 또다시 어긋나는 일들로 빡빡 채워지게 되었다. 겨우겨우 내가 바라는걸 알게 되었고, 그걸 향해 지금부터 걸어나가리라 다짐하며 기뻐하던게 고작 몇 달 전인데.

뭐랄까... 굴복하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나의 integrity에게 또한번 죄를 짓는 기분. ㅠㅠ

 

슬펐던 것 같다. 이렇게 크나큰 기회에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상태라는게. 초심을 되찾고 싶다. 작고 작은 기회들과 경험들에서도 배울것을 찾고, 행복을 찾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지 않았나. 최근에는 '나의 길'을 조금이나마 찾았다는 생각에 너무나 기뻐하며 동시에 또한번 그 틀에 나를 가둬버린건 아닐까 싶다.

 

삶의 균형을 맞추는게 참 힘든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배워가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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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2. 2. 24. 05:34

 

며칠전에 나의 롤 모델을 직접 인터뷰해보는 영광을 거머쥘 수 있었다. (거창)

 

11월달 일기를 보자면 오래전에 좋아요를 눌러두었던 유튜브 동영상을 언급하는데, 그 유튜버분이셨다. 간단히 말해 내게 새로 생긴 꿈을 키워주신 분이시다. 사실 내가 이렇게 온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며 행복해하기가 무안하게도 그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자신을 엄청난 천재라고 생각하시지도 않고, 엄청나게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으신다고. 실리콘 밸리에는 날고 기는 사람들이 애초에 잔뜩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 말들이 더욱 달가웠다. 내가 그를 롤모델로서 보는 이유는 단순히 그가 성공을 일궈냈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걸어왔던 길이 무엇 하나 잃는걸 걱정하지 않는 대담함을 지녔기 때문이고, 그가 만드는 것들에는 고객들과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현명함보다 자신의 솔직한 신념과 흥미와 사랑과 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인터뷰가 끝나고서는 너무 신이 나 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 15분을 달렸다. (뭥미) 지금은 이 신남을 외적으로 발산해야만 하겠다는 생각에... ㅋ 내가 그와 대화를 했다는 사실도 기뻤고, 그에게서 응원을 받았다는 것도 기뻤고, 무엇보다 내가 직접 일궈낸 기회를 통해 이런 기쁜 경험을 쟁취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이런 시도들을 감행할 용기, 용기에서 우러나는 행복감, 존경하는 사람의 응원.

몇 안되는 요소들로 무장을 하고 나니 순간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을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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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다 2021. 12. 30. 14:37

 

ㅋㅋ

오늘 동생이 웃기다며 이걸 보여줬다. 같이 웃은 뒤 조금 생각하다 덧붙였다. 정말인 것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명제 말이다.

 

이번 해, 수많은 변화들을 겪고 깨달음을 얻으며 주변인들에게 농담 삼아 자주 말했다. 나는 지금껏 생각이란걸 하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고. 그래서일까 나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만 같다. 과거의 내게도 분명 고뇌와 고통이 있었고 사랑과 즐거움이 있었지만 어쩐지 그게 정말 멀게 느껴진다. 꼭 남의 것이었던 것처럼. 나는 기억력이 원체 좋지 않다는 이유를 자주 댔었지만 그것 뿐은 아닌 것 같다.

 

요즈음 삶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배워가는 중이다. 얼마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지, 얼마나 내 좆대로 살아도 되는지, 그런 것들. 분명 당연한 것들이고 나는 항상 알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참 새삼스럽게도 지금은.. '더' 배우고 있다. 이게 뭔 뜻이냐? 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모든게 정말 새삼스럽게시리 와닿는다.

나에 대해서도 배워가는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싫어하는 것들, 왜 좋아하는지, 왜 싫어하는지, 그런 것들. 좋아하고 싶은 것들, 싫어하고 싶은 것들도.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슬픔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모든건 정말 새삼스럽다는걸 안다. 그런데도 말이야.

 

어이없어 중2병인가

 

누구에게나 이런 때는 있나보다. 나는 좀 많이 늦었던 것 같다. 동생은 8학년때 통달했다고(ㅋㅋ) 하더라. 누군가는 날 때부터 그저 그러한 삶을 살았겠지.

어쨌든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 솔직히 여러모로 조급함도, 열등감도, 스트레스도 늘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모든게 너무 달가워서 하루 하루가 재밌다. 겁쟁이 패달의 마나미가 된 기분. 와타시... 이키테루 !!

 

삶을 이루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하는 것들, 겪는 것들보다 우리가 느끼는 것들, 생각하는 것들인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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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생겼다. 2021. 11. 12. 16:15

 

정말 긴 시간 스스로를 누군가의 이상에 끼워맞추려 노력했다. 내가 바라는 것을 말하기만 한다면 그들은 분명 존중해줄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에게 내린 정의에 갇혀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릴 여유마저 본인에게 주지 않은 것 같다. 눈 딱 감고 열심히 하다보면 좋아하게 되고, 잘 하게 되겠지 싶은 생각으로 굴러갔다. 내 모토는 '안 되면 되게 만든다' 였거든. 다만 그 이론으로 성공할 수 있기에는 내 역량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진심이 담겨있지 않으니 손을 뻗고픈 마음도 들지 않는 것이지. 너무 늦게 깨달았기에 그때부터는 용기의 문제였다.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이른 것이다' 등의 흔하디 흔하고 뻔하디 뻔한 문구가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로,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들을 전부 놓아버리고 새로운 방향성을 추구한다는 생각부터가 두려웠다. 동시에 그러한 생각을 한번 시작하니 지금 하고있는 것들이 더욱 무용하게 느껴져 학업도 곤두박질치고, 집중력도 곤두박질치고, 당장의 내 상태를 표현할 단어가 방황 뿐일 지경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글을 읽고 많은 영상들을 보았다. 이만치 진로와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남의 이상을 자신의 이상으로 만들었던 선택의 유일한 장점은 '무엇이 나은가'에 대한 고민을 내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것마저 말짱 도루묵이 되었지만.

 

친한 언니의 경험담과 조언을 들었고, 이영지의 강연을 보았다. 나의 마음가짐에 가장 큰 변화를 남긴건 아마 이 두가지였을 것이다.

어쩌다 팀에 영입되어 대회에서 함께하게 된 친구의 '너 이거 하면 잘할 것 같다' 한마디와 옛날 옛적 좋아요를 눌러 두었던 어느 영상의 유튜버는 불씨가 되어 주었다.

 

지금은 꿈이 생긴지 생긴지 일주일 정도 되었다! 하고싶다, 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열망이 여전히도 생소하다. 서치를 하면 할수록 배워야 할 것들 알아야 할 것들이 아득하게 앞으로 펼쳐진다. (리터럴리.. 아득하다) 그럼에도 흥분할 정도로 기쁜 마음이 자꾸만 드는 것이, 정답을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답 같은게 있겠냐마는. 적어도 나 자신을 위해 생각할 수 있게 된 것만큼은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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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행복 2021. 10. 18. 07:49

 

나의 강점이었던 것들이 약점으로 보이기 시작해 우울이 찾아왔다.

 

나의 행복은 도피성이다. 온 일생 나의 긍정성이 나의 강점이라 생각해왔으나 더이상 도망칠 구석이 없어시자 그 긍정성이 내게 유해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분명 나를 손쉽게 진정시켜줄 모든 것들을 부러 내려두었다. 음악을 끄고 군것질거리를 놓고 펜타블렛의 코드를 뽑고, 그냥 누워서 천장을 보았다. 음악 없이 고요하게 생각만 해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어쩌면 내게 조금 더 필요했을 순간이었겠으나 나는 언제나 조금의 우울도 허용하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많이 늦게 찾아오게 된 현타와 현실자각의 시간이었다. 또는 휴식이었다.

눈물이 났다. 하지만 이 과정은 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우울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언제나 행복만 할 수는 없겠느냐고, 왜 사람들이 우울하고, 걱정하고, 자책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던 예전의 내가 떠올라 괜히 자신이 우스워졌다. 마냥 행복한 것은 그저 미성숙한 모습으로서 비춰지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었었다. 그런 식으로 맹목적인 행복이란 나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 눌러왔던 많은 아픔들과 외면해왔던 책임들은 전부 해결되지 않은 과제처럼 남더라.

 

나는 여전히, 행복이 미성숙의 좌표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름의 우울을 겪는 지금도 딱히 성숙했다는 감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삶을 배워간다는 느낌은 조금 드는 것 같다.

행복이 다시 찾아올 것을 안다. 우울을 극복했을 그 때는 회피라 이름붙이지 않아도 될, 순수하게 스스로 일구어낸 행복일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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쩜쩜쩜... 2021. 7. 8. 01:10

 

나는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그 소중함을 좀더 실감할 수 있도록 그들을 대하는 법을 배울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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