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생겼다. 2021. 11. 12. 16:15

 

정말 긴 시간 스스로를 누군가의 이상에 끼워맞추려 노력했다. 내가 바라는 것을 말하기만 한다면 그들은 분명 존중해줄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에게 내린 정의에 갇혀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릴 여유마저 본인에게 주지 않은 것 같다. 눈 딱 감고 열심히 하다보면 좋아하게 되고, 잘 하게 되겠지 싶은 생각으로 굴러갔다. 내 모토는 '안 되면 되게 만든다' 였거든. 다만 그 이론으로 성공할 수 있기에는 내 역량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진심이 담겨있지 않으니 손을 뻗고픈 마음도 들지 않는 것이지. 너무 늦게 깨달았기에 그때부터는 용기의 문제였다.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이른 것이다' 등의 흔하디 흔하고 뻔하디 뻔한 문구가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로,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들을 전부 놓아버리고 새로운 방향성을 추구한다는 생각부터가 두려웠다. 동시에 그러한 생각을 한번 시작하니 지금 하고있는 것들이 더욱 무용하게 느껴져 학업도 곤두박질치고, 집중력도 곤두박질치고, 당장의 내 상태를 표현할 단어가 방황 뿐일 지경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글을 읽고 많은 영상들을 보았다. 이만치 진로와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남의 이상을 자신의 이상으로 만들었던 선택의 유일한 장점은 '무엇이 나은가'에 대한 고민을 내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것마저 말짱 도루묵이 되었지만.

 

친한 언니의 경험담과 조언을 들었고, 이영지의 강연을 보았다. 나의 마음가짐에 가장 큰 변화를 남긴건 아마 이 두가지였을 것이다.

어쩌다 팀에 영입되어 대회에서 함께하게 된 친구의 '너 이거 하면 잘할 것 같다' 한마디와 옛날 옛적 좋아요를 눌러 두었던 어느 영상의 유튜버는 불씨가 되어 주었다.

 

지금은 꿈이 생긴지 생긴지 일주일 정도 되었다! 하고싶다, 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열망이 여전히도 생소하다. 서치를 하면 할수록 배워야 할 것들 알아야 할 것들이 아득하게 앞으로 펼쳐진다. (리터럴리.. 아득하다) 그럼에도 흥분할 정도로 기쁜 마음이 자꾸만 드는 것이, 정답을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답 같은게 있겠냐마는. 적어도 나 자신을 위해 생각할 수 있게 된 것만큼은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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