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Heights 2021. 6. 28. 00:48
In The Heights

애인이 거의 1년 반을 기다렸다는(ㅋㅋ) 영화 In The Heights! 데이트 겸 드디어 봤다. 이걸로 첫 포스팅 해야지

 

개인적으로... 어떠한 창작물을 감상한 뒤 오롯한 본인의 생각만으로 감상문을 채우는 데에 두려움이 많다. 스스로의 이해력이나 통찰력이 많이 낮은 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또 그러한 창작물들이 전하려는 사회의 메세지를 뚜렷하게 읽어낼 수 있기에는 내가 아는게 충분치 않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애초에 글을 쓰는 데에 재주가 없는 편이라. 그런데 새삼스래 생각해보니 이러한 고찰을 충분히 하지 않기 때문에 이해력이 떨어지는게 아닌걸까 싶어진다. 그래서 이것저것 좀 적어라도 보기로... 우선적으로는 본인의 견해로만 주절거려보고, 나중에 다른 분들의 감상문들이나 비판글을 읽으며 그것들을 내 생각과 대조해나가고 덧붙여나가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나름 평론다운 평론이란걸 해볼 수 있으려나.

이러한 이유로 지금부터 이 카테고리에 적어나갈 모든 글들은 매우 수면적이며 바보같이 느껴질 수도 있으니 혹시나 이 글들을 읽는 분들이 계시다면... ... 정말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들일 뿐이라고 치부하고 휙휙 넘기시길

근데 솔직히 나는 웬만하게 거지같은 영화가 아닌 이상... 뭐든 보기만 하면 아!!! 너무 좋았다 별다섯개!!! 하고 행복해하는 편이다. 비판할거리를 찾는 것보다 감동 받기가 훨 쉬운 타입.

 

역시 이 영화도 아!!! 너무 좋았다 별다섯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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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징적으로 내 맘에 들을 수밖에 없었던 두가지 요인이 있는데:

 

1. 개인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한대 뭉쳐 공통된 목적의식을 가지는... 그런 집단적 움직임에서 깊은 감정적 흐름을 느끼는 편이라 (이게 감동일수도 역겨움일수도 있음) 이러한 뮤지컬 영화들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벅차오르더라. 레미제라블을 볼 때에도 그랬지만 온 등장인물들이 합창할 때에는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고임... 사실 현생에서도 무대 위에서 오케스트라와 연주할 때면 클라이막스마다 눈물과 전율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도대체 왜지? 이것도 뭔 심리적인 요인이 있는건지

그냥 내 심장이 너무 물렁한걸지도

 

2. 그리고 이렇게 소소하고도 현실적인 이야기들로만 이루어진 플롯은 대중적인 영화들과는 또다른 감동을 안긴다. 기본적인 영화들의 5막 구조는 위기랄 것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편인데, 이 영화는 그런게 딱히 없다. 위기라고 해봐야 캐릭터 개개인들의 지극히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문제들일 뿐. 등장인물들은 동네에 남아야 하는가? 떠야 하는가? 꿈이 무엇인가? 그것을 어떻게 쫓는가? 우리 모두가 개인적으로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묻고 있을, 어디에도 답 없는 질문들. 이 영화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으나, 그 고민을 나누는 인물들간의 대화를 보여줌으로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또 그렇게 생겨나는 갈등 그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 보았던 영화들 중에서는 <미나리>가 생각나기도... (완전 정반대의 톤을 가졌지만 암튼)

 

little details that tell the world we are not invisible.

그럼 가장 마음에 들었던 "abuela" 클라우디아의 대사와 함께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훑어볼까.

 

크게 떠오르는 키워드들이 몇가지 있다.

1. Home

2. Family

3. Dream

4. Minority

뭐... 더 있겠지만 일단 내가 생각나는건 이정도. 그리고 이중에서도 1번 관련해 느낀 바가 많으니 이에 대해서 적어볼까 한다. (이야기할거리 정해놓고 보니 위의 인용구랑은 아무 상관도 없다.)

 

나는 라티노들이 잔뜩 거주하는 텍사스에 살고 있다. 그래서 라티노의 문화도 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체험한 경험이 적지 않다. 그들은 대부분이 꽤나 큰 가족을 가지고 있으며, 가족과 가족 간의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 편견적인 발언일수도 있지만 대개 문화가 그렇더라. 그 어느 사회를 상상하더라도 판타지적일 워싱턴 하이츠의 (온 동네가 함께 나와서 합창하고 춤을 추는 메타적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미친 단합력도, 사실 그렇게나 현실과 동떨어져있지는 않아 보인다고 생각한 이유다. 저 바깥에는 분명 저렇게 단란하고 '모두가 모두를 아는'것만 같은 사회들이 존재하겠지.

 

나는 이에 부러움을 느낀다.

등장인물들과 마찬가지의 이민자로서 같은 고민을 나누면서도, 같은 환경은 공유하지 않는다. 내가 떠나온 한국의 사회는 그만의 방향으로 계속해서 변화해가고 있으며 남아있는 인맥도 많지 않아 나는 차마 home이라는 단어 붙여가며 그것을 칭할 수 없고, 새로 정착한 이곳도 나와 같은 상황을 공유하는 이들이 적어 함께 고생하고 공감할 상대들이 없다. 미국을 완전한 홈으로 삼기에 나는 분명 완벽히 녹아들지 못했으니 언제나 방랑자와 같은 기분을 느낀다. 이게 바로 니나가 스탠포드에서 느꼈던 바와 같겠지?

 

'home'이라는 단어는 '집' 보다는 '안식처'의 의미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추억이 많이 담긴 장소들(고향 등)을 칭할 때에는 이곳이 내 집이다, 라며 home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 단어에는 깊은 난색을 담은 따뜻함이 녹아 있으며, 그만큼의 소중함이 빛을 띄게 된다. 수많은 해들의 감정과 기억이 그림자처럼 뻗는다, 단어 자체에 입체감이 실린다.

 

니나에게는 돌아갈 안식처가 있다. 워싱턴 하이츠. 그렇기에 이곳에 남을지, 편견과 차별이 만연한 명문 대학으로 돌아갈지 끊임없이 고뇌한다.

그렇다면 내가 돌아갈 곳은?

 

영화의 크고 사람 많고 음악 가득하고 사랑 가득한 (이는 매우 상대적인 표현들이다) 동네는 못 되지만, 내게는 작은 주택의 가족 셋이 있다. 부모님 하고 동생 하고... 이 영화는 새삼스래 느끼게 만든다, 이 작은 사회의 소중함을. 간략화된 영화나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아닌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하고 구질구질하고 때로는 외면하고픈 디테일들이 섞여 있는 사회이나, 분명 내게는 하나밖에 없는, 내가 'home'이라 부를 안식처의 힘을.

 

어찌 보면 뻔하디 뻔한 감상에, 뻔하디 뻔한 반응이나 돌아오자마자 아부지를 간만에 안아 드렸다. 이 분은 최근 위에 서술한 감상을 이 영화 없이도 매일매일 뼈저리게 느끼고 계시기 때문에 (이하개인사) 아무튼 괜히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

 

좀더 가까운 곳에 시선을 돌려보고자 한다. 방학인 김에 이 감상에 조금 오래 젖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족의 절반이 한국에 놀러가있기는 하지만... (ㅂㄷㅂㄷ... ...) ...나름대로, 눈을 떠 보면... 소속감과 외로움에 대한 위로, 안식, 공감. 멀지 않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극중 음악과 함께 맺기. 쓰다보니 뭔 에세이를 써놨네... 이 화력 어디까지 가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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